혼자 살면 옷은 세 부류로 나뉘기 쉽다.
세탁해야 할 옷,
깔끔해서 옷장에 들어가 있는 옷,
그리고 정체 모를 애매한 옷들.
한 번만 더 입고 빨 거라고 의자에 걸어둔 옷,
집에 오자마자 벗어 침대 모서리에 던져둔 옷,
입을까 말까 하다가 그냥 나왔다가 또 걸어둔 옷.
이 애매한 옷들이 쌓이기 시작하면
방이 금방 지저분해 보이고,
빨래도 갑자기 감당 안 되는 양이 돼버린다.
그래서 혼자 사는 사람에게 옷 정리는
잘 꾸며진 옷장보다
애매한 옷이 쌓이지 않게 막는 구조가 더 중요하다.
1. 첫 번째 원칙
애매한 옷을 없애는 대신, 애매한 구역을 만들어두기
혼자 살면
한 번만 더 입고 빨아야지 하는 옷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.
문제는 그 옷들이
의자, 침대, 바닥, 문고리 위에
제멋대로 분산돼 있다는 것.
그래서 애매한 옷을 없애려 하지 말고
애매한 옷 전용 구역을 하나 만드는 게 훨씬 현실적이다.
추천 구역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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옷장 한쪽 끝 빈 칸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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문 뒤쪽 훅 하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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행거 한 줄 맨 끝부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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바구니 하나를 애매한 옷 전용으로 사용
기준은 간단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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딱 이 한 곳에만 걸어두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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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공간이 꽉 찼다면 그 안에서 빨래감으로 내려보내기
애매한 옷들이 집 안 전체로 퍼지지 않는 것만으로도
방이 훨씬 정돈돼 보인다.
2. 빨래는 쌓이는 양이 아니라
내가 감당할 수 있는 단위로 돌리는 게 답이다
혼자 살면
이틀만 정신없이 보내도 빨래 바구니가 금방 꽉 찬다.
그래서 한 번에 몰아서 돌릴 생각을 하다 보면
계속 미루게 된다.
현실적인 기준은 이 정도가 좋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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빨래 바구니가 꽉 차기 전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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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가 널 자리와 체력상 감당할 수 있을 만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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주 1~2회 정기적으로 돌리는 것
날짜를 정해두면 훨씬 편하다.
예를 들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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수요일 밤, 일요일 밤은 빨래 돌리는 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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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날까지 안 들어온 옷은 다음 회차로 넘기기
빨래는 의지가 아니라
리듬으로 버티는 게 훨씬 덜 힘들다.
3. 옷장 정리는
계절이 아니라 사용 빈도로 나누는 게 유지하기 쉽다
계절별로 옷을 나누는 것도 좋지만,
혼자 사는 집은 옷장 크기가 넉넉하지 않을 때가 많다.
그래서 이렇게 나눠보는 게 더 현실적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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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주 자주 입는 옷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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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끔 입는 옷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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거의 안 입는 옷
그리고 배치도 사용 빈도 위주로 바꾼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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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장 손 닿기 쉬운 중앙, 눈높이 구간
자주 입는 옷 (잠옷, 집 앞 나갈 때 입는 옷, 출근복 몇 벌) -
팔을 조금 뻗으면 닿는 양옆
가끔 입는 옷 (외출용, 약속 있을 때 입는 옷) -
허리 아래쪽, 아주 위쪽
거의 안 입는 옷 (특별한 날, 계절 끝나가는 옷 등)
이렇게만 정리해도
아침마다 옷 찾는 시간이 줄고
자연스럽게 같은 옷을 돌려 입게 돼서
빨래도 과하게 늘어나지 않는다.
4. 옷 많이 안 사도
옷장이 숨 쉬게 만드는 숫자 기준 하나
옷이 많으면 든든해 보이지만,
혼자 사는 집에서는 그만큼 관리 피로도도 커진다.
모든 사람에게 정답 같은 숫자가 있는 건 아니지만
대략 이런 느낌으로 잡아볼 수 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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상의
자주 입는 기본 티 3~5장
셔츠·블라우스·니트류 3~5개 -
하의
바지 3~4벌
자주 입는 슬랙스나 청바지 1~2벌 -
겉옷
계절마다 1~2벌 정도
현재 옷장에 이 숫자보다 훨씬 많다면
진짜 자주 입는 옷만 앞으로 빼두고
나머지는 한 번 고민해볼 타이밍일 수 있다.
줄이는 기준은 딱 두 가지면 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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최근 1년 동안 한 번도 안 입은 옷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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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금 내 생활 패턴에 어울리지 않는 옷
억지로 다 버리라는 말이 아니라
적어도 옷장의 앞줄에서는 빼내보자는 정도의 느낌이다.
5. 의자에 옷 쌓이는 걸 막는
아주 단순한 규칙 하나
의자는 옷걸이가 아니다.
이 말이 맞는 걸 알면서도
결국 의자는 옷 보관소가 되기 쉽다.
그래서 의자에 관한 규칙을 하나만 정해두면 좋다.
의자에는 오늘 기준 옷 한 벌만 허용하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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집에 돌아와 오늘 입고 나갔던 옷 한 벌 정도는
잠깐 걸쳐둘 수 있다 -
대신 어제 입던 옷은
빨래 바구니로 보내거나
옷장 안, 애매한 옷 구역으로 보내기
의자 위에 쌓인 옷이
두 벌을 넘어가기 시작하면
그때부터는 자기 힘으로는 잘 안 줄어든다.
그래서 최대치가 한 벌이라고 정해두는 거다.
6. 계절 바뀔 때마다
후회 없는 정리를 돕는 질문 세 가지
옷을 정리하려고 꺼내 들면
항상 이런 마음이 스친다.
언젠가는 입겠지
아까워서 못 버리겠다
이때,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보면 도움이 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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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옷, 지금 사라진다면 다시 돈 주고 사 입을까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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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옷 입은 내 모습을 떠올렸을 때, 솔직히 마음에 드나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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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옷을 보관하는 공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나, 아니면 괜찮나?
셋 다 아니오라면
이 옷은 나보다 다른 사람에게 더 잘 어울릴 준비가 된 옷일 가능성이 크다.
버리는 게 죄책감 든다면
중고 판매, 기부함, 지인 나눔 같은 출구를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방법이다.
7. 정리의 목표는
패션 유튜버 옷장이 아니라, 아침마다 덜 지치는 옷장
결국 혼자 사는 사람에게 옷장 정리는
이 정도 기준이면 충분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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입을 옷이 있는데도
입을 옷이 없다고 느끼지 않는 상태 -
빨래가 폭발하기 전에
내가 감당할 수 있는 리듬으로 돌아가는 상태 -
의자와 바닥이
옷더미에 점령당하지 않은 상태
옷을 잘 입는 것보다
옷이 나를 지치게 만들지 않는 환경이 먼저다.
내가 나를 대하는 기준이
조금씩 옷장에도 묻어난다고 생각하면
오늘 옷 한 벌 정리하는 것도
그냥 집안일이 아니라
나를 챙기는 일에 가깝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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